연애시는 연애 편지보다 더 교묘하다. 베르미어의 '편지 읽는 여인'을 보면 그 여인은 홀로 방에 서서 편지를 읽는다. 자기만을 향해 쓰여진 글을 읽는 여인의 차분하면서도 내밀한 황홀경이 느껴진다. 온 우주가 고요한데 누군가 나만을 위해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이 거기에 있다. 연애시의 대상은 공개된 광장에서 자신을 향하는 감정이 낭독되는 것을 듣게 된다. 타인들은 그 시의 대상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시인의 사랑이 향하는 대상만은 그 감정의 물결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그렇다고 믿으며 남 모르는 은밀한 즐거움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