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선의 사진 천천히 읽기
회화와 함께 사진은 풍부한 감수성의 원천으로 그 의미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블로그, 싸이월드, DSLR 등 디지털매체의 발달로 사진은 보다 감각적이며 직접적인 소통의 수단으로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수많은 사진들을 어떻게 보고 읽고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렵고 난감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 장의 사진미학》은 올바른 사진읽기의 바로비터를 제시한다. 흔히 사진을 단순히 감상을 위한 볼거리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보는 ‘시선’에 따라 얼마든지 풍부한 사유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사진가이자 사진비평가인 저자는 구본창, 김아타, 민병헌 등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 따뜻하고도 세밀한 시선을 던지며 사진의 속살들을 하나씩 벗겨내 보여준다. 그가 전하는 사진에 담긴 시간과 공간, 색과 조형,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들은 사진이 바로 우리의 삶 읽기임을 다시금 강조한다는 점에서 사색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한 권의 ‘포토 필로소피’라 할 수 있다.
구본창, 김아타, 민병헌, 스티글리츠… 그들의 사진 속엔 무엇이 숨어 있을까?
저자는 사진을 '세상을 보는 마음과 인식의 창'이라고 말한다. 그 창을 통해서 내가 세상에 끌려가고 세상이 내게로 끌려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진은 세상과 내가 하나가 되게 하는 소통의 끈이자, 삶을 투영하는 ‘영원한 거울’로서 우리 앞에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사진을 잘 찍는 방법보다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누구나 사진을 쉽게 찍지만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찍는 방법이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작가들도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지 항상 고민한다. 이 책에서는 사진작가들의 사진 속에 담긴 다양한 고민들을 흥미롭게 탐색해간다. 가령 구본창의 <태초에>에서는 ‘찍는 사진’과 ‘만드는 사진’이 어떻게 다른지, 김아타의 <인간문화재 하보경 옹>에서는 존재와 부재를 증명하는 사진의 시간적 의미를, 민병헌의 <잡초>에서는 역동적인 자연의 추상성 등 사진의 다양한 테제를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