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돈 많고 멋있게 생긴 남자가 자신의 정부(情婦)가 되어주는 조건으로 내게 북한강의 푸른 물줄기가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원룸 오피스텔〉을 사주었다. 나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내 집, 아니 내 방을 하나 갖게 되었다. 지금 나는 그 집, 그 방의 커다란 창유리를 통해 물과 나무, 하늘, 자동차, 러브호텔 등을 바라보고 있다. 아주 가끔씩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가 내게로 올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의 집으로 온다고 말한다. 그럴 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표정은 온화하다. 나는 그의 말을 부정하지도 않고, 괜히 내 비위를 맞추기 위해 꾸며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여긴 당신의 집이 아니에요
그러면 그는 가볍게 웃음을 띠며 대꾸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