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버스 뒷자리에 서 있었는데 고개를 휘둘러보다가 출입구에서 두 번째 좌석에 앉아 있는 그 여자를 발견했다. 냄새는 바로 그 여자의 것이었다. 왜 미친 여자들은 대체로 머리에 꽃을 꽂고들 있는지. 그 여자 한쪽 귀 옆에 꽂힌 붉고 큰 꽃머리 핀이 아니었더라도 어쩌면 모두들 그 여자가 정신이 나간 여자라는 걸 쉽게 알아차려 코만 감싸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도 그 여자 왼쪽 손에 들린 모나미 검정 볼펜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여자의 온몸이 썩어가는 듯한 냄새 때문에 내장이 꽉꽉 조이는 위경련 바로 직전의 통증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호기심이란 절대로 잠드는 법이 없다.
경서가 빈 소주병을 발로 차더니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니 내가 있는 마루를 나가버렸다. 갑자기 굉장한 공포가 몰려왔다. 이렇게 조용한 것이 미칠 듯한 침묵이 나는 너무 두려워졌다. 소주잔을 방문에다 대고 힘껏 던졌다. 소주잔이 부서지면서 챙챙 투명한 소리를 냈다. 후우 후……, 그제서야 나는 깊은 숨을 토해내었다. 왼팔뚝에 경서의 아래 위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그 중 몇 군데는 깊게 파여 살점이 너덜너덜거리고 있었다. 이, 이런…… 경서, 너, 오…… 나의 개! 까무룩…… 나는 잠이 들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