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준다면 내가 너에게 선인장을 줄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무열이 대답했다. 나는 무열에게 화가 났다.
이, 바보 같은, 난 그냥 해 본 말에 불과하단 말이야. 모르겠니?
처음에 난 군에게도 선인장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가끔 시간이 날 때 뿐이야. 그리고 선인장이라니, 사양하겠어.'
'군도 너를 좋아해. 난 언제나 그걸 알았어. 탁아소에서 아이를 데려 가라고 전화가 올 때 내가 이집트에라도 가는 비행기에 막 올라타려고 할 때라고 상상해 봐. 그대로 머리칼이 곤두서는 거지. 난 무역상사 직원이야. 공무원이나 우편배달부가 아니라구. 지난달에는 탁아소에서 연락을 받았어. 더 이상 군을 이십사 시간 탁아할 수 없다. 병약한 체질에 너무 정서 불안이라 곤란하다는 얘기지. 사정해서 한 달만 더 연기해 달라고 한 거였어. 사실은.'
그랬군. 그래서 나에게 미친 듯이 전화를 했군.
'그렇게 감당하지도 못할 거면서 아이는 미숙이에게 맡기지 그랬어.'
'무슨 소리야. 그러면 양육비를 줘야 하잖아. 난 그럴 능력이 없어. 그리고 난 이제 더 이상 내 돈을 한푼도 미숙이에게 주기는 싫어. 아, 그리고 선인장은 지루한 성가대 남자와 비슷하지. 존재하지 않을 때는 아무 의미도 없고 그리고 존재할 때도 아무 의미도 없어. 그러니까 내 말은 굳이 사양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야.'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