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 흰 소가 끄는 수레 5

혼잣말 - 흰 소가 끄는 수레 5

  • 자 :박범신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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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씨팔, 이라고 난 말하고 싶네.

이게 소설이야? 말 좀 해봐, 자네. 소설문장은 이래야 하는 거냐구.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나도, 그러엄, 바라보지. 보고말구.

코끼리떼를 보기 위해선 코끼리떼와 거리가 유지돼야 한다 이거야. 언필칭 객관화구나.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라고 울엄마는 말할걸. 엄마는 좀 가만있어요. 엄마가 문학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세요? 그려, 이놈아. 난 무식허다. 무식해서 소도 닭도 잡아먹고 산다, 이놈아. 히힛. 소도 닭도 잡아먹어. 우리 모두. 객관적 서술로 보면 코끼리는 코끼리하고 놀고 굼벵이는 굼벵이하고 놀아.



그는 전쟁이 끝나고 돌아왔다.

살이 쏘옥 빠지고 등은 굽었는데, 그러나 그는 아침에 출타했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마당 가로질러와 제 방에 들어가 눕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굴암산 가는 길에 밤낮없이 억새풀씨가 바람에 날리던 가을이었다. 꼬박 사흘 밤낮을 자고 나서 깨어났을 때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지게를 찾아 등에 지는 일이었다. 그는 지게를 지고 괭이를 들고 이미 가을걷이도 끝나버린 그의 밭으로 갔다. 아무도 그가 마을을 떠나 있던 삼년간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벙어리였기 때문이다. 난 정말 명징한 것이 싫으이.



그것은 흰 소가 끄는 수레였다.

갑자기 굴암산 허리 어디쯤이 세상에서 가장 맑은 나팔소리 내듯이 환해지더니 그가 닦은 비단길을 따라 순백색 흰 소가 끄는 수레가 흐르는 것처럼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 수레 위에 그가 타고 있었다. 나는 망초무리 사이로 비켜서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빛에 싸여 있었지만 눈부시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라고 나는 간신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담배 한 대 피우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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