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나비의 꿈 - 흰 소가 끄는 수레 2

제비나비의 꿈 - 흰 소가 끄는 수레 2

  • 자 :박범신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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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박이야. 바가지박. 표주박은 아니고, 우리 본디의 재래종이지. 머잖아 꽃이 핏기 시작할걸. 지붕으로 올라가게 줄을 매줘야겠다. 추석쯤 되면 박이 보름달만해질 게다. 박꽃은 밤에만 펴.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만개한 박꽃을 보고 있으면 왜 그리 꿈꾸는 것 같았는지 원. 어렸을 때 얘기다. 네 할머니는 고향집 초가지붕에 해마다 박을 올리곤 했거든.



가만있자, 오늘로 꼭 한달 스무날이 됐는갑다. 사월 열엿새 씨를 묻었지. 남들보다 파종이 일주일쯤 늦었어. 감자 고추를 주로 심었지만 밭꼴이 이래봬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싹이 난 게 스무 가지나 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거야 왜 몰랐겠느냐만 심은 자리마다 각각 다른 싹이 올라올 때‥‥ 정말 오관이 다 서늘하더라. 너랑 네 동생들 태어날 때도 그랬지. 세상에 갓 태어난 너 보러 갈 적에, 생전 안 매는 넥타이까지 매고‥‥ 떨렸어. 첫애였으니까 더욱 그랬던가봐.

담배 한대씩 피우고 할까.



자, 우물로 가서 상추부터 씻자.

한 장씩, 흐르는 물로 씻거라. 옳지. 그렇게. 농약 안 쳤으니, 먼지만 씻어내면 돼. 새들도 모두 제집에 들고‥‥ 적막하지?

저기 놀빛 좀 보려무나.

여기 저물녘은 이래. 동쪽 산은 굴암산이야. 휘어져간 저 길 따라 올라가면 암자 하나 있고, 그 사이 풍화된 무덤들로 이어지는 소롯길이 갈려나간다. 네 증조부모 산소도, 길은 다르지만, 따져보면 저 굴암산과 연접한 두어 개 산을 넘은 곳, 거기 있어. 이 집터를 산 게 그 때문이야. 밤 깊어 이 집에 홀로 누워 있으면 꼭 어머니 등뼈에 등을 대고 누운 기분이 들어.



그것이다.

그것이 부랑(浮浪)의, 내 문학의 시작이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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