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작법

우화작법

  • 자 :박범신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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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더 큰 충격과 폭음이 온다.

거대한 터빈이 도는 것 같다. 어디쯤에 이 비행기를 송두리째 잡아먹을 함정이 이빨을 갈며 도사리고 있는지 전혀 예견할 수가 없다. 구름이 점점 짙은 어둠으로 바꾸어지는 게 마음에 걸린다. 아침의 기상통보에 의하면 약각의 구름에 바람은 없었다. 그런데 기체는 지금, 구름뿐 아니라 바람과도 만나고 있다.

등이 시려온다.



계기반을 점검한다. 프로펠러 회전수(RPM) 2천5백, 고도는 5천 피트. 비행 자세는 좌경이고 속도계의 바늘은 백10마일의 눈금에 떨고 섰다. 완전하다. 아직 조금도 이상이 나타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심호흡을 한다. 등을 펴고 시선을 똑바르게 고정시킨다.

조종사라면 누구든지 마찬가지지만 나는 가끔 삶과 죽음의 분수령에 위태롭게 올라앉아 있는 기분 속에 빠지곤 한다. 계기반의 눈금들이 나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나는 그것들을 의도적으로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결정적인 순간―대부분 시야가 가리게 되었을 경우―나는 역습당한 포수처럼 계기반을 다스릴 능력을 잃어버린다.



어둡게 굽힌 그의 등이 외로워보였다. 나는 구멍 뚫린 낙하산에 묶여 죽어가던 한 적병의 환상이 참으로 끈질기게 그를 붙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장은 잠시 후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나는 그 후부터 겁쟁이가 됐습니다!

그는 마치 부르짖듯 말했다.

……그 자식의 환산 때문에 말입니다. 제발 살려줘, 살려달란 말야. 그렇게 외치는 것 같은 놈의 표정. 조종석에 앉으면 기체 밖으로 놈의 표정이 선연히 떠오르는 것입니다. 나는 비행기를 타는 게 무서웠습니다. 그놈처럼 애원해서라도 살고 싶어졌던 것이죠.

그렇다. 죽음보다 삶을 의식하면 겁쟁이가 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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