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인생을 한잔의 막걸리로 달래는 봉추
봉추는 막걸리를 사들고 집으로 힘겹고 걸어간다. 아내 고산댁은 그런 그를 거들어 보지도 않는다. 그가 혼자 막걸리를 들려고 할 적에 한 사내가 들어온다. 그 사내는 금방 돌아간 장모에 대한 잔설을 늘여놓는데…
화난 듯이 소리치고 봉추는 빈 잔에 남겨진 찌꺼기를 개천으로 뚫린 쪽문을 향해 왈칵 내던졌다. 한동안 침묵이 왔다. 어디선지 컹컹 개가 짖었다. 종점 쪽의 까마득한 소음에 섞여 개 짖는 소리는 차츰 날카로워져서 그들의 침묵을 더욱 불안하게 하였다.
'장모님이 죽었지유!'
마침내 고개를 숙이며 봉추는 선언하듯 말했다.
'해수병으로 밤낮 콜록거리다 죽었는디 형씨가 콜록콜록 혀싸니까 저 병신, 져매(어매) 생각나서 저러는 거유……'
사내가 눈을 크게 뜨고 빼꼼히 열려진 방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안은 어두웠지만 희끄무레하게 놓여진 홑이불의 일부가 보였다.
'우리 장모님 참 지독헌 여자였쥬!'
말씨는 또박또박 떨어져 분명했으나 그 속엔 처연한 가락이 담겨져 비장하게 들렸다.
'아까 즘심 때만 해도 돌아가실 건 생각지도 못혔유. 보리밥이지만 우리는 그나마 굶는 즘심인디 아 쌀밥에 괴기반찬 안혀준다고 길길이 뛰시는디…… 단칸방에 애새끼허고 입에 풀칠허기 바쁜디 노인네지만 너무헌다 싶습디다. 그려도 말 안혔유, 생각허면 불쌍허게 한시상 사셨응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