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시도가 또다른 권력을 낳고, 복수는 또 하나의 비극을 낳는다. 한 시골 마을에서 마을 유지와 전도사 간에 벌어지는 암투. 신성(神性)의 이름을 빌린 인간의 악행. 그 광기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는 한 소년의 시선. 소설 후반의 암시적 반전은, 그 불투명함이 오히려 강렬한 분노를 갖게 한다.
종이란…… 그가 어두워지고 있는 저수지를 건너다보며 말라붙은 입술을 혀로 핥았다. 소리가 나야 멋진 거란다. 낼부터는 소리가 날 거야.
어떻게요?
종탑을 다시 세울 참이거든.
그건 안돼요! 나는 단정을 내렸다.
강 진사가 못 세우게 할 거예요.
종을 치는 건 자유다.
어림없다니까요. 우리 동네에선 강 진사가 자유를 정하는 거랬어요.
말 안 들음, 아저씨도 치수 형처럼 쫓겨날 거예요.
나는 쫓겨나지 않아. 여전히 자신만만하게 그가 말했다.
참 내! 나는 안타까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강 진사는 이 대통령 할아버지하고도 친구래요. 아무도 그분의 말을 거역 못한단 말예요. 그가 잠깐 나를 바라보았다. 거역할 수 없는 것은 하나님 말씀뿐이야!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