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잔해

여름의 잔해

  • 자 :박범신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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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생명, 그사이를 오가는 박범신의 탐미적인 작품세계

가학적인 성격의 오빠와, 그런 오빠를 혐오하는 언니.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쌍둥이 남매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의 이면을 반추하고 있다. 예술성과 생명이라는 가치의 대립, 죽음안에 공존하는 생명 등 인간내면의 미묘한 심리를 탐미적으로 그리고 있는 박범신의 데뷔작.





오빠는 곧잘 유리병 속에 벌레들을 잡아가두기를 즐겼다. 그의 주위에는 늘, 날개가 뜯긴 파리거나 두 발이 잘린 딱장이거나 희끄무레하게 썩어가는 굼벵이들이 투명한 유리병 속에 담겨 섬뜩하게 놓여 있곤 하였다. 그는 곧잘 날개가 뜯긴 파리가 숨가쁘게 버둥거리는 모습 따위를 화폭에 옮겨담았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은 그가 좋아하는 뭉크의 작품처럼 언제나 음산하고 괴기하게 숨을 죽였고, 그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그가 살았다.



그냥 놔두면 죽잖아, 오빠?

나는 마침내 좀 떨리는 소리로 말하며 오빠의 어깨를 흔들었다. 순간 오빠는 히이히이하고 괜히 섬뜩해지는 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재미있잖아, 바보들아. 저기…… 떨리는 지느러미 좀 봐. 움직이는 무지개네. 얼마나 멋지냐 말야……

지금까지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나 오빠와 언니 사이를 설명하는 데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은 이때 일어났다. 웅크리고 있던 언니가 오빠를 왈칵 떼밀며 금붕어를 사정없이 밟아버린 것이었다. 그리고는 짓이겨진 금붕어의 잔해를 깔고 앉아 언니는 엄청나게 큰소리로 울어버렸다.



햇살이 굽이치는 강변이었다. 언니와 오빠가 한데 어울려 맞붙어 있었다. 산발한 머리, 너풀대는 피 묻은 바지, 승리도 패배도 없는 울부짖음이 넘실대는 강변에서 비정하게 회오리쳤다. 그런데 돌연 햇빛이 넘쳐나던 강물이 꿈틀거리며 뒤집히기 시작했다. 허옇게 거품을 피우며 강물은 삽시간에 강변을 건너뛰고 오빠와 언니를 향해 밀어닥쳤다. 아! 나는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방안은 어두웠다. 굵은 빗소리만이 어둠속에 섞여 꿈속처럼 들려왔다. 꿈이었구나.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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