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이

겨울 아이

  • 자 :박범신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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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세상에 타협하지 않는 순결한 가치'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우리들은 그 세상에 지배당한다. 변해버린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 그러나 탐욕스러운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시린 겨울아침처럼 순결하다.





그해 겨울, 고향으로 가는 강변에서의 저녁 무렵에 나는 그 아이를 만났다. 그때 나는 퇴색한 가죽가방 하나 덜렁 들고 이미 강 건너편에 가닿고 있는 발동선의 환한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너편 나루터에서 갈대밭을 가르고 하얗게 뻗어 있을 고향길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담배를 태워물고 나목처럼 선 채 강심을 핥고가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고향에 올 때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가슴 한 자리가 차갑게 비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섰던 자리에서 빙글 한바퀴 돈 아이는 휘파람을 찍 갈기고 쪼르르, 나루터를 떠났다. 소주와 새우깡을 한 봉지 사들고 아이를 따라 둑으로 올라가자, 저만큼 평야의 한 자락을 깔고 앉은 K읍의 불빛이 환히 내려다보였다. 가라앉은 K읍의 소음에 섞여 열차의 목쉰 기적도 들려왔다. 일제때만 해도 한꺼번에 수백 척의 상선들이 입항할 수 있었던 큰 도시였다. 강변에는 즐비하게 요리집이 들어차고, 황산동 명월관 앞엔 꽃 같은 기생을 실어나르는 인력거가 진을 쳤다고 한다. 그러나 해방 후, 자꾸 졸아져서 지금은 고깃배 몇 척이 강심에서 잉어나 낚아올리고, 2만 인구를 유지하기에도 힘에 겨운 쇠락해가는 소읍이었다.



탱크 안은 함정 같은 어둠뿐이었다.

호흡을 삼키며 나는 사내 옆에 떨어져 있는 플래시를 집어올렸다. 엉겨붙은 분뇨의 한 자락이 플래시의 동그란 불빛 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콘크리트의 습기 찬 벽, 퀭하니 뚫린 통풍구. 아아, 다음 순간 나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구역질이 났다. 거무튀튀한 분뇨 표면의 한구석에 엎어진 자세로 분홍색 스웨터 하나가 삐죽이 솟아올라 있었다.

개새끼들……

차츰 불길 같은 분노가 전신에 차올랐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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