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도 끈적끈적하니 땀이 배어왔고, 가슴에도 땀이 줄줄 흘렀다. 아무래도 오리나무 밑은 그늘이 엷다. 아마 몇 사람은 그늘이 두꺼운 화차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잠들을 자고 있을 것이다. 화차 밑으로 기어들어간 축들은 목덜미에 침목들을 괴고 누웠고 그리고 침들을 게게 흘리며 숙면으로 떨어질 수가 있다. 그러고 나면 개운한 기분으로 오후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낮잠이라야 겨우 한 시간 정도, 그동안 피로가 풀려봤자 그게 그거였지만 그러나 이 한 시간의 낮잠이란 인부들에겐 여간 달콤한 것이 아니었다. 설령 오리나무 그늘이 엷다 하더라도 그놈의 송충이 등쌀만 없다면 그런 대로 잠들 수 있을 것이었다. 그게 항상 징그러우면서도 딴은 점심시간이면 이곳으로 기어들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달리 그늘진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오후작업을 위해서 낮잠을 자두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입환(入換)작업이 시작되자면, 아직도 이십여 분이 남아 있다고 어림하며 나는 인부들에 섞여 나무 밑에 가마니를 깔고 누웠다. 지열(地熱)이 욱하고 모가지로 넘어왔다. 나는 누운 채로 역사(驛舍) 쪽을 바라보았다. 그 흰 건물은 더위 속에 가만히 엎디어 있었다. 서로 엿가락처럼 엇갈린 레일 위로 햇볕은 이글이글 볶이고 있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조역실에서 전화 거는 목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