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대 앞에는 항상 철저한 배반이 두 손을 크게 벌리고 서 있었다. 이 여행을 시작한 지 꼬박 2년 동안을 나는 그 배반과의 해후를 위해 집을 나서곤 한 셈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완벽하리만큼 냉정한 배반과의 해후가 마무리될 때가 오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배반이 지치든지 내가 녹초가 되든지 양단간의 결론이란 어차피 나게 마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을 먹으면서도 나는, 내 편이 지쳐서 여행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배반의 편에서 이젠 지친 나머지 한 개의 실체를 내게 보여주게 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내 편에서 지쳐 여행을 그만둔다면 배반은 저편의 대안에 책상다리를 하고 껄껄 웃어 버릴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찮은 옹기그릇이 깨어져도 이징가미는 남아서 흙 속에 뒹굴며 몇백 년을 살아 남는데 역사 속에 면면히 살아 숨쉬어야 할 장꾼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녹아 없어질 리야 아무래도 없겠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한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 주겠지. 단 한 사람만 만나게 되더라도 이 지겨운 행각을 끝조짐하리라. 내 결심은 그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