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짜리 사내아이가 유행성 감기에 걸린다.
의사는 유행성 감기의 세균은 속이 쓰리고 산(酸)이 많을 때에만 일어난다면서 열이 104도만 넘지 않으면 별일 없다고 한다.
아이는 102도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의 얼굴은 창백하였으며 어떤 일에도 마음을 팔지 않았다.
아이는 말없이 이상한 눈초리로 침대 아래만 하염없이 내려다 보고있었다.
저녁무렵에 분명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아이가 아빠한테 어쩌면 자신이 죽을 것 같다고 한다.
아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신이 죽을 시간을 종일 토록 기다려온 것이었다.
이튿날 긴장을 푼 아이는 또다시 활발하고 명랑한 소년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