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는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며 냉대한 적이 있었다. 특히 9시 ‘땡전 뉴스’로 악명이 자자했던 제5공화국 시절에는 아예 TV를 꺼 버리기도 했으며, 그래서 TV 안 보기 운동이 벌어진 적도 있을 만큼 TV는 푸대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하루도 TV를 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역설적인 현상이긴 하나 우리는 오히려 그토록 중독성이 강한 바보상자 덕분에 궁핍하고 암울한 시대를 그나마 그런대로 견디고 산 셈이다. 물론 그 일등 공신은 바보상자가 펼쳐 보이는 안방극장 때문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