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

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

“네가 어디에 있든

행복할 준비만 하면 돼.”



전직 신부님과 어처구니없는 인생들의

좌충우돌 슈퍼마켓 생존기



인생의 길이 달라졌다?

축복은 슈퍼마켓에도 필요하다




“사람들은 내가 방향을 바꾸었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슈퍼마켓에 취직하기 전에 근 20년 동안 나는 영국 국교회 신부였다. 하지만 정말 몰라서 묻는데, 둘 사이의 차이가 있는가? 역할은 바뀔 수 있지만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실제로 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 사람은 어딜 가든 자기 자신을 데리고 다니고, 그에 맞추어 삶을 끌어안거나 물리쳐버린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의 작가 사이먼 파크는 20년 동안 영국 국교회 신부 생활을 했다. 하지만 런던의 이스트엔드(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주로 사는) 어디쯤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일하기 위해 흰색 목깃을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그가 부정한 짓을 저질렀거나 믿음이 사라져서 신부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나 그러하듯이 삶의 방향을 약간 바꾸었을 뿐이다. 저자는 이제 교회에서 축복을 내리고 타인을 위해 기도하는 대신, 선반의 과일을 위한 축성의 입맞춤으로 하루를 시작하여 오전에는 계산대 앞에서 분노한 고객을 상대하고 오후에는 도둑을 쫓고 늦은 밤에는 자신을 위해 기도한다.



이러한 저자의 변화된 삶은 슈퍼마켓 일지 형식으로 영국의 조간신문 『데일리 메일』에 15개월간 연재하여 큰 인기를 끌었고, 그것을 엮은 것이 이 책 『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이덴슬리벨)이다.

이 책은 저자가 처음 선반 정리원으로 일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하여 그간 일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과 다양한 개성의 인물들을 위트와 유머를 적절히 버무려 유쾌하게 묘사하면서, 고객은 절대 모르는 배꼽 빠지게 웃긴 슈퍼마켓 일상을 소개하고 있다.





웃으면서 화내기, 하지만 끝까지 웃기



저자는 갈등을 싫어해서 도둑을 잡지 않는 보안 요원, 쉽게 사랑에 빠지는 방글라데시 청년, 철학적인 40대 염세주의자, 아이큐 132의 백(白) 마법사 등 각각 개성이 넘치는(또는 ‘어쭈구리’ 같은)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유쾌한 한 편의 슈퍼마켓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각이 잡힌 사무직에서 만났다면 왕따를 당했을 법한 독특한 인물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그들을 이해하려는 저자의 마음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이 영국이라고 해서 세련된 신사들이 등장하고, 시크한 감성을 지닌 쿨한 런더너들이 슈퍼마켓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면 오해다. 슈퍼마켓의 노동자들은 전 세계 어딜 가나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고민과 현실이 우리의 것과 무척 닮아 있다.

책 속의 슈퍼마켓은 이민자, 노동자 계층, 사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난 4, 50대, 등록금을 마련하려는 젊은 대학생 등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이다. 그들은 사회에서 밀려나거나 또는 사회로의 진입을 이제 막 시도하는 변두리의 사람들이다. 그 인물들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은 하나같이 무언가 꼬여 있거나 부당해 보인다. 그러한 그들의 삶을 전직 신부였던 저자의 내밀한 시선을 통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알아채지 못한 상황을 재발견하고, 웃으면서 화내는 것이 이 책의 큰 특징이다.



“스무 살 때 다른 슈퍼마켓에서 2년 동안 근무했었다. 가격 조정 담당자였다. 사실 직함만 그럴듯하게 느껴질 뿐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모든 가격을 알고 있다가 잘못 적힌 것을 수정했다. 하지만 그때는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오직 슈퍼마켓 문밖으로 나서기만을 갈망했다. 어쩌면 그것이 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었는지 어떤 고객은 끊임없이 이런 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걱정 말게, 친구.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

하지만 이제 나는 행복할 준비가 되었다. 그로부터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행복할 준비가 된 것이다. 어느 곳에서 근래와 같은 모험을 경험해볼 수 있겠는가? 이곳에서 매일 경이로운 색채에 경외감을 느끼며 농산물 코너를 담당하는 청과물 상인으로 근무한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어찌 보면 무겁고 때로는 비극적인 현실과는 정반대로, 슈퍼마켓에서의 모습을 코믹하고 밝은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저자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다. 이 책의 기본 바탕인 ‘위트’와 ‘유머’는 저자의 진한 페이소스를 깔고 있는, 건강한 의미의 ‘깨달음의 웃음’이다. 이 책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든,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더 큰 희망을 바라보며 사는 당신에게 필요한 지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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