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울

임방울

신화적 덧칠을 걷어내고 다큐적 시선으로 바라본

임방울의 예술 세계와 그의 시대




모처럼 현대예술의거장 시리즈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본 시리즈는 외국의 예술 거장들만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우리 예술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또한 이번 책은 임방울에 관한 본격 평전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임방울에 관한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설의 옷을 입었거나 신화적 덧칠을 벗어나지 못한 점이 많았다. 이 책은 판에 박힌 오마주 일변도나 객관성이 결여된 과장된 묘사에서 벗어나 다큐적 시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 예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차분하고 지적인 시선으로 조명했다. 그런 점에서 임방울에 관한 가장 믿을 만한 평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부록에는 판소리의 기원과 역사, 구조, 판소리에 대한 오해, 판소리 감상법, 판소리 용어 사전, 관련 인물 소사전도 함께 실었는데 그 내용이 알차다. 판소리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임방울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판소리 명창으로, 흔히 근대 5명창으로 불리는 김창환, 이동백, 송만갑, 김창룡, 정정렬 이후 최고의 국창(國唱)의 위치에 올랐던 인물이다. 뭐니 뭐니 해도 그를 당대 최고의 스타의 반열에 올린 것은 단연 <쑥대머리>로, 그가 왜 ‘계면의 달인’으로 불리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원래 이 대목은 오래된 더늠(판소리 명창이 자기 스승에게 배운 음악 외에 자기가 직접 짜 넣은 대목을 가리킴)이 아니며, 임방울 이후에 비로소 유명해진 것이다. 현재 판소리계를 주름잡고 있는 ‘보성 소리’만 하더라도 원래는 이 대목이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일부러 이 대목을 삽입해 부르기도 한다. 그런 만큼 그에 관해서는 설화 같은 일화도 많이 전해지는데, 가령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전쟁이 나자 광주까지 걸어서 피난을 갔는데, 도중에 인민군을 만나 붙잡히게 되면 <쑥대머리> 한 자락을 부르고 풀려났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예인의 천재성을 부각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임방울에 관해 남아 있는 자취는 놀라울 만큼 적다. 임방울과 관련한 흔적은 상당 부분 설화적이거나 확인되지 않는 추측으로 가득하다. 이는 비단 임방울만의 일이 아니다. 이는 굴곡진 현대사를 통과해 오는 동안 예인에 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던 지난 시대 우리 삶의 각박함의 결과일 것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기록처럼 설화적이고 신비화된 미화로 채색된 일대기가 아니라, 객관성과 사실성에 바탕을 둔, 그러면서도 시대적 함의를 담은 평전이 되도록 노력했다. 즉 ‘전설의’ 임방울을 넘어 ‘실존의’ 임방울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저자인 전지영은 인문적 깊이와 날카로움을 갖춘 글쓰기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국악 평론가로, 국악FM방송의 ‘FM국악당’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예술을 바라보되 보다 넓은 사회역사적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시선은 넓고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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