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 자 :오건호
  • 출판사 :레디앙
  • 출판년 :2011-03-23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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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을 집어 들라!



“국가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아니면 재정적으로 큰 위기라고 아우성칠 때,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자신이 아는 거의 모든 것을 정리한 이 책을 한번 손에 집어 드시기를 권유한다.” -우석훈





‘서민희망’ 예산? 내년 복지 지출 역대 최대 증가? 대한민국 금고, 일단 열어서 제대로 살펴보자



2010년 9월 28일, 정부의 내년 총지출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안에 ‘서민희망 예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복지 지출이 ‘역대 최고’라고 한다.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정부의 이 같은 발표가 거의 ‘사기’에 가깝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이 같은 정부의 ‘거짓말’을 예견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반 복지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매해 ‘역대 최고’의 복지 지출을 달성했다는 주장을 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거짓말과 저자의 이런 예견이 가능한 것은 한국의 국가재정 체계가 갖고 있는 특수성 때문이다. 저자는 정부가 이를 이용해 사람들의 착시현상을 유도한다고 말한다.

‘재정건전성’을 잡겠다는 정부의 발표 내용 역시 저자는 문제를 삼는다. 전통적으로 부채에 대한 비판의식이 큰 한국사회에서 재정균형을 달성하는 것은 현 정권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경제성장과 재정 지출 통제를 통해 재정균형을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일단 경제성장에 따른 세입은 2008년에 시행된 ‘부자 감세’로 모두 상쇄되었고,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재정 지출 통제 밖에 없다. 그런데도 복지 비중이 높게 보이는 것인 정부총지출이 줄었고, 사실상 복지 지출로 보기 힘든 지출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지 형성기에 있는 한국에서 복지 지출의 제도적 증가분을 고려하면 자연증가분이 적용되지 않는 복지 사업 상당수에서는 지출이 삭감되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재정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공기업을 동원하는 편법도 이루어진다. 공기업을 매각해 재정 수입을 늘리거나 재정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겨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령 적법성과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무려 22조 원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목메는 이유가 뭔지, 4대강 사업에 들어간다는 22조 원은 누가 어디서 결정을 한 것인지는 알기 힘들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 역시 국민 개개인의 지갑에서 나간 돈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권을 제대로 비판하고 나라 돌아가는 꼴을 제대로 알려면 대한민국의 금고인 국가재정, 이제는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복지 지출 역대 최고”라는 거짓말을 대국민을 상대로 정부가 할 수 있었던 건, 누구도 국가재정을 제대로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최소한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날카롭게 지켜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내 지갑에서 나간 나랏돈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위정자들이 우리를 기만하고 있지는 않은지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나라를 요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아무도 모를 때가 아닐까?





나랏돈 굴러가는 꼴을 알면, 나라 굴러가는 꼴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사는 나라를 들여다보고 미래의 꿈을 키우고 싶다면, 국가재정을 알아야 한다. 재정을 알아야 나라가 보인다”고 말한다. 어떤 일이 되었든지 일을 벌이려면 돈이 필요하다. 나랏일도 마찬가지다. 이 정권이 어떤 정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정권이 어디에 나랏돈을 쓰는지 보면 된다. 저자는 국가재정을 어떻게 편성하는지를 보면 우리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가재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신의 저서 《진보의 미래》에서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30여 년간 지속되어 왔던 신자유주의의 파고와 ‘시장만능주의’에서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국가의 역할이 국가재정이라는 점은 정치적 결을 달리하는 저자와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에게 중요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각국의 국가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그동안 정치의 주변부에 머물러왔던 국가재정이 이제 ‘진보’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시장만능주의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국가재정의 영역은 무엇보다도 사회공공적 인프라의 재정적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재정건전성’ 의제를 통해 앞으로 국가재정을 둘러싼 치열한 계급 정치가 전개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견한다.





한국에서 가장 쉽고 종합적인 재정 문제에 대한 분석서



그런데 국가재정이라는 것이 알기가 쉽지 않다. 차근차근 나랏돈의 이야기를 정리해주는 사람도 없고, 한국의 국가재정 상태가 진짜로 어떤지 쉽게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이 책의 저자인 오건호는 본래 국가재정을 전공했던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재정경제위원회에 있던 심상정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되면서 국가재정을 처음부터 배웠다. “복지 지출액을 보건복지부 부처 예산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했던 시절도 있었다(복지 지출액은 보건복지부 부처 예산이 아니라 여러 부처의 복지 관련 사업비용들을 합쳐 계산된다). 하지만 그 밑바닥부터 공부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기에 아마 국내의 어떤 다른 전문가보다 쉽고 종합적으로 국가재정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은 국가재정의 기초부터 국가재정과 관련되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주요한 사안, 현재 국가재정과 관련된 필자의 대안과 주장까지 담고 있다. 정책을 공부하고 만들어냈던 저자의 힘이다.



‘진보’를 두고 하는 가장 흔한 비판 중 하나는 “말만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말만 한다는 비판은 ‘실력’과 ‘대안’에 대한 의심일 것이다. 하지만 진보가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알고 난 뒤라면, 최소한 ‘세상 물정 모른다’거나 ‘말만 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국가재정에 대한 책이지만 동시에 진보의 실력과 대안을 보여주는 성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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