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 자 :오영욱
  • 출판사 :샘터
  • 출판년 :2010-08-18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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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감수성의 스케치, 서정적인 여백의 글



현재 젊은이들의 세계 여행기는 그 종류가 부지기수다. 그만큼 해외여행은 젊은 세대의 유행코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타인의 여행 경험담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벼운 사진과 잡담에 가까운 글이 혼재된 여행기는 그 포맷의 다양성만큼이나 천편일률적이어서 이제는 독자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동년배들의 낙서장에 가까운 것이 작금의 젊은 여행기가 가지고 있는 한계다.



그러나 이 책은 정통 스케치 형식의 그림과 카툰을 조합한 여행기로 재현하고 있다. 독특한 그림체로 풍경 스케치를 하고 있는 작가의 그림과, 감성이 담긴 글은 뛰어난 서정성을 배경으로 여행기와 그림의 만남이라는 장르적 특성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서도 유용하다.





떠난 자, 떠나는 자, 떠날 자



당신은 외롭고 쓸쓸하다. 이런 진술이 유효한 시점은 옛사랑과의 작별이라든가, 당신이 재수를 했는데도 또 대학에 떨어졌을 때라든가, 군에 입대할 때 아무도 손 흔들어주는 이 없는 삭막한 연병장에서라든가, 혹은 드라마에서 종종 인용되는 이별처럼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국으로 떠날 때이다. 그 적절한 슬픔의 크기가 주는 현재진행형들은 늘 낯설다.



떠난 자, 떠나는 자, 떠날 자, 당신은 어느 한때인들 이 세 개의 명제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떠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고, 혹은 마음을 다해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을 때도 있다. 삶은 마음을 배반해 늘 깊은 생채기를 내고, 그것은 또 언제나 불쑥 다가온다.



떠남은 삶으로부터의 일탈이나 회피가 아니라 돌아옴을 목적으로 한다. 떠난다는 말 속에 약간의 유희가 숨어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온다는 것은 다시 떠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완벽한 떠남이 없듯 완벽한 돌아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고독은 그 불완전성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구나 쓸쓸하고 외롭다는 것.



묻자, 당신은 어디로 떠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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