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이 빚어낸 21세기 중국문화의 빛과 그림자
21세기를 맞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중국은 엄청난 속도의 경제성장을 구가하면서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1위 품목이 다수를 차지하고 외국인 투자액이 연 40%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아직도 중국을 너무 모른다. 그나마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최근의 흐름과 발전상 때문에라도 적지 않은 연구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저변에서 중국의 정치와 경제를 움직이는 힘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천박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주워들은 주변지식과 잠시 동안의 여행을 통해 드러나는 현상만을 보고 웅장한 규모의 문화유적에 놀라움을 표시하거나 중국의 도시들이 뻥튀기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은 지저분하고 중국인은 못 믿을 인종이라는 등의 편견을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중국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국가로 인정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 미국과 함께 우리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초강국으로 거듭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중국의 실체를 좀더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실체는 현재의 모습뿐만 아니라 5000년 역사도 제대로 읽어야 드러날 수 있다. 『삼국지』첫 장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중국의 역사는 분分과 합合의 순환이었다. 혼란과 분열의 시대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통일과 번영의 시대를 열어왔다. 20세기만을 놓고 보더라도 아편전쟁 같은 굴욕과 상처로 얼룩진 서세동점의 근대를 지나 단일한‘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으며, 중국인 스스로도 실패한 역사로 규정하는‘문화대혁명’을 거친 다음에는 개혁개방의 시대를 일구어 통합과 약진의 미래를 펼쳐가고 있다.
그와 함께 전통의 영혼들이 하나씩 둥지를 틀며 되살아나고 있다. 변화와 모색의 기간 동안 내쳐지고 황폐화되었던 내재가치들, 바로 오랜 역사의 원형들이 겨울바람이 할퀴고 지나간 뒤 봄 언덕의 냉이처럼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여전히 갈등하고 대립하면서 새로운 조화와 합일을 모색해 나가고 있는 중국 문화를 이층/이중 구조라는 틀을 통해 그것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귀족과 평민, 빈과 부, 한족과 이민족, 글과 말의 계층적 구분과 전통과 현대, 유가와 도가, 아雅와 속俗, 개인과 집단,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양면적 구도를 통해 중국 문화 전반을 종횡으로 누비면서 그것의 원형과 변형을 분별해 낸다. 이 책의 제목인‘두 얼굴의 중국 문화’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이 책은 먼저, 중국인의 의식과 관념을 오랫동안 지배해 온 원형은 무엇이고 때로 그것이 어떻게 다른 모습을 띠면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춘절’처럼 실재하는 몇 가지 대표적 현상들을 들어 추적해 나간다. 2장에서는 격변의 시대라 불러도 좋을 현재 중국의 복잡다단한 문화적 양상들을 주로 전통의 부활과 현재적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하고 정리한다. 3장에서는 중국 문화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종다양한 면모와 차이를 보여왔지만, 그것의 원형은 저변에서 뿌리 깊은 힘으로 작용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역사/지리적 토양과 문화 발전의 구조에 비추어 현상학적으로 풀어간다.
중국 문화는 중국의 역사와 면적, 인구만큼이나 길고 넓고 많다. 그렇게 방대하면서도 복잡하고 다중적인 중국 문화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다는 것은 어쩌면 억지에 가까운 작업처럼 보일 수 도 있다. 그렇지만 또한 그것은 현재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누군가가 반드시 담당해 주어야 할 몫인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50년간을 오롯이 중국 문학을 중심으로 중국 문화 전반을 살피고 연구하는 데 바쳐온 필자의 이번 노작이 값진 이유가 거기에 있다.
끝으로 중국 문화의 변화/발전 원리를 한마디로 요약해 놓은 듯한 본문의 일부를 인용한다.
유가의 경직은 도가의 유연성이 품었고
아雅의 경화는 속俗의 신선함으로 구제했으며
유심의 공동空洞은 유물의 실체로 채우고
설익은 현대는 난숙한 고전으로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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