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상 김만덕,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거상 김만덕,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 자 :정창권
  • 출판사 :푸른숲
  • 출판년 :2010-07-08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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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여성 인물의 발굴



조선의 서민층 여성 중에서 생전에 김만덕만큼 큰 공적 명예를 누린 이는 없었다. 그녀는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안동 장씨 등이 개인의 뛰어난 능력으로 일부 상류층에 알려졌던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인물이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들은 양반층에 속했고, 남성들이 정의한 위인의 조건에 들어맞는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만덕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보다 능동적인 인물이었고, 일찍이 나눔의 가치를 깨달은 말 그대로 '큰' 상인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만덕을 한국 역사(특히 여성사)를 대표할 새로운 인물로 내세우려 한다. 만덕은 누구보다 비참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결국 모든 금기를 깨고 제주 최고의 거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뒤에는 그동안 이룬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즉 그녀의 삶을 이끌었던 것은 축적이 아니라 성취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자유한 시대, 빈한하게 자란 한 여성이 자아실현에 매진하는 모습은 경이롭고 아름답다. 어여쁜 아내, 인자한 어머니가 되기보다는 꿈을 가진 한 사람의 '나'로 살았던 김만덕. 그녀는 우리 시대의 진취적 여성들은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다.





제주 역사의 재조명



이 책은 김만덕의 일대기와 더불어 18세기 제주 문화사를 표방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기록을 놓고 한 인물의 일대기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를 전면적으로 고찰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무엇을 입고 먹으며 살았는지,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고단한 삶을 달래기 위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등이 촘촘히 들어찬 이야기 속에서 만덕은 그 시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생생한 캐릭터로 되살아났다.

그 과정에서 역사적으로는 유배의 땅이었고, 현재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지로만 여겨지는 제주가 독특한 산물과 뛰어난 해운기술을 가진 상업과 교역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났다. 그동안 제주는 이국적인 자연환경과 풍습, 언어 혹은 4ㆍ3 사건 등의 어두운 현대사로 우리의 역사 인식 속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사실 김만덕이라는 걸출한 여성도 국내외를 연결하는 교역의 중심지이자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했던 제주라는 지역적 배경 덕분에 등장할 수 있었다. 제주는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예부터 농업보다는 상업이 크게 발달한 지역이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상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기 때문에, 집안 살림과 가족들의 생계는 주로 여성들이 책임져야 했다. 제주 여성의 강인한 생활력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만덕은 유교적 질서가 확고히 자리잡은 육지에 비해 여성들의 적극적인 경제활동이 쉽게 용인되었던 제주의 독특한 환경이 만들어낸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간 '정창권식' 글쓰기



정창권은 그동안 여성, 장애인 등 소외된 자들에 대한 관심과 결혼생활, 이혼, 가정폭력 등 일상적인 소재, 그리고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박진감 넘치는 글쓰기로 국내 미시사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연구자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한층 더 강화하여 픽션 부분에는 이야기체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설명을 더하는 구성을 취했다. 대신 조선 후기의 사회경제적 상황이나 제주의 풍속 등 내용의 이해를 돕지만 이야기의 전개상 뺄 수밖에 없었던 부분은 정보 페이지에 수록하는 방식으로 구성상의 한계를 보완했다.

그의 이러한 글쓰기에 대해 사료적 한계와 학문적 엄밀성을 묻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상상의 여지를 넓혀 획일화된 글쓰기를 피하고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는 자신의 방식을 좀더 밀고 나갈 생각이다. 그는 사실 관계를 엄밀히 고증하는 역사학자의 입장이 아니라, 결혼이나 가족, 사랑과 같은 우리 주변의 일들이 과거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꾼의 입장에서 글을 쓴다. 학자의 글은 그와 언어를 공유하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지만, 이야기꾼의 말에는 누구나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실제로 그의 글은 한 번 잡으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고, 그만큼 독자의 폭도 넓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주변인들의 생활사를 콘텐츠화하는 아웃사이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 문화 콘텐츠의 생산과 공유에 관심을 갖고 사이버전시회 등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최근의 관심은 이 책에도 많이 반영되어 있는데, 이야기체로 사건을 전개하는 영상적 글쓰기와 풍부한 시각자료, 생활사의 세세한 복원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자신의 저작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거나 아동물이나 만화 등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그에게서 모든 문화 장르에 열려 있는 21세기형 연구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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