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 :임혜지
  • 출판사 :푸른숲
  • 출판년 :2010-07-0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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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행복 건축가,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가족 안에 짓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늘 서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언제 가장 행복하지?”




가족 이야기는 대개 진부한 통념의 세계에 머물거나 정반대로 극단적인 전복(顚覆)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통념과 전복 사이를 유유히 오가며 가족 이야기도 조화로운 창조의 세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임혜지는 십대 후반에 독일로 건너가 대학에서 건축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고건축 전문가이자 독일 남자와 결혼해 두 아이를 키워온 오십대 엄마다. 맞벌이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삶은 일견 평범한 듯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가 모두 부부의 신념과 의지의 결과물이라 삶에 대한 치열한 주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주어진 대로, 운명을 맞아들이듯 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기로 한 이들은 돈보다는 시간을, 순간의 안락함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강요와 간섭보다는 자유와 존중을 우선시하는 삶을 실천해왔다. 세끼 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직업적인 성공의 일부를 포기했고,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소비를 최소화했으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난방과 온수, 자동차와 고등어를 포기했다. 이 책의 제목에서 ‘고등어’가 뜻하는 바는 품위 있게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포기한 이 모든 것들을 상징한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은 이런 삶을 선택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도록 했다.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공부도 연애도 놀이도 모두 아이들이 원할 때 자기 속도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뭔가 불편하고 부족해 보이지만, 스스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자기 삶을 자기 생각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상적인 만큼이나 정치적이지만 누구나 유쾌하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운동가가 아니라 하루하루 자신의 양심과 양식에 맞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건강한 생활인이자 나와 내 가족만이라도 달라지면 세상이 어제보다 좀 더 나은 곳이 될 거라 믿는 생활 밀착형 개혁가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고 싶은 세상을 누군가 만들어주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 가족 안에 먼저 짓는 저자의 삶에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성격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소신껏, 덜 가져도 초라하지 않고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그것을 구현해가는 단위로서 나의 가족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자유로운, 그러나 이기적이지 않은 행복을 꿈꾸는 ‘유러피언 드리머’ 임혜지



제레미 리프킨이 《유러피언 드리머》에서 “일하기 위해 사는 미국인”과 “살기 위해 일하는 유럽인”을 대비시켰듯 최근 성장과 축적, 개인의 배타적 자유와 독립, 문화적 동화(同化)를 추구하는 미국적 가치관에 반하여 공동체 안에서의 자유와 조화, 지속 가능한 개발, 삶의 질,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유럽적 가치관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유러피언 드림’이 실제로 유럽의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1장 ‘자유로워라, 즐거워라’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신념과 의지대로 자유롭게 삶을 구성해나갈 때 삶이 얼마나 즐거워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의 자유는 부와 권력을 쥔 개인이 휘두르는 배타적 자유가 아니라 가족, 이웃, 사회, 나아가 전 세계에 함께 살고 있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공동체적 자유를 뜻한다. 저자가 줄기차게 자유를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포기’라는 단어를 자주, 또 기꺼이 사용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2장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에서는 부모의 진두지휘 아래 일치단결하는 가족이 아니라 어른이든 아이든 하나의 인격체로서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며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3장 ‘공존을 위한 예의’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형성한 역사적 유산을 존중하고 그 과정을 함께 겪어온, 또 그 결과를 함께 겪어갈 동시대의 이웃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대로 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그래서‘우아한’가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생각이 깊더라도 그것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결국엔 애초의 생각조차 사는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생각대로 삶을 꾸려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우리는 대개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서 견고한 시스템에, 익숙함과 안락함에, 체면과 관계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길을 택한다. 다수의 삶에서 이탈할 경우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과 불편부당함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삶의 주인이고 싶은 저자의 가족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일상에서도 그대로 실천하는 용감한 선택을 했다. 돈이 사람을 평가하고 가족 간의 유대나 내 이웃의 삶을 해치는 건 인간적인 길이 아니라 믿기에 돈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전기를 펑펑 쓰는 난방기보다는 따뜻한 물주머니를, 엄청난 연료를 소비하며 이동해 온 먼 나라의 고등어보다는 내 나라의 먹을거리를 택하는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학력에 비해서 적은 보수와 실력에 비해서 낮은 사회적 위상을 떳떳하게 감수한다. 또한 무섭게 절약한다. 아직도 크루아상 하나를 온전히 먹는 법 없이 꼭 둘이서 나눠 먹고 물 한 방울, 토마토 한 알도 헛되게 쓰지 않는다. …… 자유를 구하기 위한 검약의 습관은 2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부부 사이에 유별난 동지 의식을 키웠다.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크루아상을 둘로 가르는 순간 우리가 은밀하게 주고받는 교감이라니. 그 자신감과 자긍심이라니. 파트너를 향한 존경과 신뢰를 담은 이 동지 의식은 우리 가정의 버팀목이다. - 23~24쪽



우리 가정이 화목할 수 있는 비결은 참으로 사소하다. 바로 세끼 식사를 온 식구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 남편은 학교에서 갓 돌아온 아이들에게 학교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버지로서 대단히 유익하다며 매일 점심을 집에서 먹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회사 동료나 상사와의 친분에서 오는 이익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로 문화재를 실측 조사하는 나 역시 먼 곳에 있는 일거리는 웬만하면 거절하다 보니 일감이 오래 끊어지기 일쑤다. …… 우리는 절약하며 살기 때문에 돈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들 눈에는 별 볼일 없을지라도 우리 스스로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기에 승진이나 출세에 욕심을 내지도 않는다. 더 이상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데, 가족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의 행복을 포기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 81~82쪽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할 때와 샤워기를 사용할 때 중에서 언제 물을 더 많이 쓰는지를 계산하고, 웬만한 가구와 생활 도구는 다 만들어 쓰고, 과일 하나를 사면서도 생산과 유통 과정에 부도덕한 부분은 없나 꼼꼼히 따지는 생활은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다소 궁상맞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우리 삶을 얼마나 좀먹는지, 가진 게 많아도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이들의 마음속이 얼마나 황폐한지를 생각해볼 때 자기중심이 단단한 이들 가족에게서 오히려 쉬 흐트러지지 않는 품위를 느낄 수 있다. 설령 세상의 잣대로는 ‘가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이러한 가난이라면 ‘궁상맞은’ 대신에 ‘우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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