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인권 기행

남미 인권 기행

  • 자 :하영식
  • 출판사 :레디앙
  • 출판년 :2010-01-18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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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차베스, 모랄레스 정권을 비롯한 좌파 정권이 중남미에 들어서면서 이 대륙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졌다. 서구 자본은 돈을 떼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좌파 세력은 신자유주의의 전일적인 지배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로서 의미를 두면서, 대륙의 정치적 이동에 눈을 떼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베네수엘라 차베스가 빈민을 비롯한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미국과도 맞서며 사회주의적 정책을 펼쳐 나가는 과정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차베스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지 논쟁도 있었고, 브라질 룰라 정권 평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대중적 수준에서 중남미는 관심권 밖이다. 그러나 사실 중남미 여러 국가들에서 벌어진 일들 중에는 우리 경험과 흡사한 것들이 많다. 1970년대에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에서 저질러진 자국민 학살과 1980년대 광주항쟁만 해도 닮았지 않은가. 학살 배후에 미국이 있었다는 점도 그렇다. 아르헨티나에 엘올림포 수용소(아르헨티나 군부정권이 테러리스트들을 학살하려고 세운 300개 수용소 중 가장 악명 높았던 곳)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대공분실이 있었고, 마요 광장 할머니들처럼 민가협 어머니들이 있었다. 어느 나라 정권이 더 잔인하고 폭압적이었는지 비교할 수 있을 뿐 군부정권하에서 민중들 삶은 어디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포 속에서 배를 곯고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죽어갔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민중들은 끊임없이 싸워 왔다.





우리의 자화상, 중남미 기행



이 책은 중남미 현대사를 보여주는 기행문이다. 하여 저자는 주요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가고 사건 관련자나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별도로 열어 둔 인터뷰 장이 현장감을 더한다. 이러한 생생한 현장 취재로 저자가 진정 보여주려던 건 역사를 바꾸는 근원적인 힘이 민중에 있다는 것이다.





혁명 후, 삶은 달라졌는가



더 나아가 저자는 정권을 바꾸고 혁명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이유를 묻는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추천사를 빌리면, 정권이 교체되든 혁명이 일어나든 그것의 궁극적 목표는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건 군부정권이 물러나고 혁명이 이루어진 뒤에도 중남미 민중들 삶이 나아지지 않았음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3대에 걸쳐 온 나라를 거덜 낸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린 산디니스타 혁명. 그 후 니카라과는 어떻게 변했는가. 네마곤(바나나에 사는 해충을 막으려고 뿌리는 이 약품은 ‘죽음의 이슬’로 불린다. 네마곤 중독의 가장 큰 해악은 무정자증이다)에 중독돼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한 농민의 말이 그 후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민중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산디니스타 당조차도 정권을 잡고 난 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의 속만 곪아 터지고 있다.” 이것은 정부 관계자가 저자에게 “노동자 문제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한 대목에서도 짐작된다. 니카라과는 혁명 후에도 중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남아 있다.

그렇더라도 혁명 후 달라진 것은 있다. 일반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돼 가고 있는 것이다. 타락한 혁명 지도자들도 있지만 혁명 이후에도 변함없이 민중들을 위해 헌신하는 가톨릭교회 신부들도 남아 있다. 여기서 저자는 조금씩 싹 트는 ‘변화’를 본다.





사회주의국가 쿠바에서 겪은 악몽 같은 기억



저자가 중남미를 찾은 건 2006년 9월. 아내와 살던 그리스를 떠나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칠레 세 나라를 먼저 찾았다. 그리고 그 뒤 1년 반이 지난 2008년 2월 다시 중남미를 밟는다. 이때에는 쿠바와 니카라과에도 가고 남미 대륙 전역을 거의 반년에 걸쳐 돌아다녔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저자를 “세계화의 양지가 아닌 그늘에서 고통받는 민중의 편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세계 민중 기자’”라고 부른다. 홍 위원 말처럼 저자는 여행 기간 내내 관광지가 아닌 민중들 삶 속으로 파고들어 가 그들 목소리를 들려주려 애쓴다. 역사상 최초로 원주민 대통령을 뽑았으나 토지 개혁과 자치주 문제로 혼란스러운 볼리비아, 앞을 향해 달려가는 대부분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유일하게 시곗바늘이 정지한 느낌을 주어 크게 실망감을 안겨준 쿠바 사람들의 삶 역시 놓치지 않는다. 전체 글에서 쿠바에 관한 글은 비록 짧지만, 현재의 쿠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저자가 겪은 일화. 하바나 거리에서 아침을 먹는 저자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저자에게 붙임성 있게 말 몇 마디 건네던 남자가 느닷없이 전화로 그의 아내를 불러내 한다는 말이 “내 아내 어때?”였다. 저자가 에둘러 거절했는데도 반강제적으로 흥정을 하려던 남자를 뿌리친 경험을 저자는 쿠바에서 겪은 최악의 일로 기억한다.





고통의 뿌리, 미국



저자는 중남미 민중들이 과거 고통을 겪었고 현재 겪고 있는 것이 단순히 정권의 문제라고만 보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것은 그런 정권을 세우고 지원한 미국에 있음을 곳곳에서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콘도르 작전.’ 칠레의 피노체트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1975년에 만들어진 이 작전에 참여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이 국가들은 서로 협력해 마르크스주의자들뿐만 아니라 반정부주의자들이나 그들과 연관된 가족, 친구들까지 납치, 암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콘도르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 국가를 통틀어 5만여 명이 살해되고 3만여 명이 실종됐으며 40만 명이 투옥됐다. 그뿐 아니라 미국은 산디니스타 혁명 후 “혁명이 라틴아메리카 전체로 번질 것을 우려해” 콘트라 반군을 조직해 지원하기도 했다. 콘트라 반군은 주로 소모사 정권의 패잔병들 중심으로 조직됐는데, 나중에는 산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등지에서 달러로 모집한 용병이나 니카라과 산악 지역에서 납치한 젊은이들로도 충원했다. 콘트라 반군 지원 자금을 위해 미국은 적국이던 이란에까지 몰래 무기를 팔았고, 코카인을 밀매해 돈을 벌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중남미에선 반미 감정이 깊어졌고 이에 미국은 군부를 지원하는 대신 민주적인 친미 정권을 세우는 전략으로 바꾸었다. 저자는 이런 미국의 변화 역시 중남미 민중들과 해방신학 신부들, 혁명가들의 헌신적인 투쟁 결과로 보며 이런 변화는 계속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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